초록
가마쿠라시대 일본 화엄종은 동대사(東大寺)와 고산사(高山寺)의 두 흐름을 형성한다. 이 가운데 고산사계의 창시자인 묘에(明恵)의 흐름을 잇는 준코(順高)가 저술한 기신론본소청집기(起信論本疏聴集記)는 법장 大乗起信論義記에 대한 현존 최고(最古) 주석서이다. 본서는 전 29권 가운데 현재 28권이 남아있다. 준코는 청집기에서 송대 자선(子璿)의 필삭기(筆削記)를 가장 많이 의용하며, 그의 스승인 기카이(喜海)의 인용도 700회정도로 그 다음을 잇는다. 또한 사운(私云)으로 자설도 300회 정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. 한편, 필삭기 이외의 기신론 관련문헌으로써 혜원, 원효, 종밀의 기신론소가 75회에서 85회 정도 인용되어 있다. 그 외에도 고려 의천의 원종문류로부터 전오(傳奧)의 수소기(隨疏記 등의 일실문헌을 비롯해 8종류의 기신론 문헌이 인용되어 있다. 이 가운데 원효소의 인용은 해석분(54회)에 집중되지만, 현담으로부터 인연분까지 27회정도 인용되며, 이 부분에서 중요한 인용 패턴을 충분히 고찰할 수 있다. 청집기에서는 원효사초(元暁事抄),회해기(회解記)로부터 원효의 전기를 특필한다. 이를 통해 인물 원효를 높이 평가함을 알 수 있다. 또는 원효를 화엄종의 인물로 보면서 대체로 원효의 견해를 따르지만, 원효의 견해가 종밀이나 법장과 같을 때만 인정되는 경향성도 있다. 한 번 비판을 받는 부분은 법장과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다. 이러한 점으로 보아 원효의 전기가 중요시되면서도 인용빈도수나 사상적으로는 2차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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